몰아일체의 해금강 해금강의 천년송 나이가 천삼백 살이란다. 여기 사람들은 수호송(守護松)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모래와 갈매기가 구별조차 어렵구나 어부의 노래 듣고 갈매기가 날아가니 그제야 모래와 갈매기가 제각기로다. 沙白鷗白兩白白 (사백구백량백백) 不辨白沙與白鷗 (불변백사여백구) 漁歌一聲忽飛去 (어가일성홀비거) 然後沙沙後鷗鷗 (연후사사후구구)
김삿갓은 배가 고프면 솔잎을 따먹기도 하였고, 때로는 칡뿌리를 캐어 먹기도 하였다. 그러나 경치만은 어디를 가도 절경이어서, 눈요기는 그렇게도 진수 성찬일 수가 없었다. 깊은 산 속을 걸어오기를 사흘만에 처음으로 오막살이 한 채를 발견하였는데, 감자 농사를 지어먹고 살아간다는 그 집은 가난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창호지는 몇 천 년 전 여와씨 시대의 종이처럼 새까맣고, 방안에는 천황씨(天皇氏) 때의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저녁밥을 특별히 대접한답시고 보리밥을 지어 왔는데, 보리가 몇 십 년이나 묵은 것인지, 보리밥 빛깔이 새빨갛게 절어 있었다. 김삿갓은 하룻밤 신세를 지고 나서, 다음날 아침 그 집을 떠나며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지었다.
겨우 겨우 강가에서 초막 한 채를 찾았소 문에 바른 창호지는 여와 때의 종이요 비를 들어 방을 쓰니 천황 때의 먼지로다. 終日綠溪不見人 (종일녹계불견인) 辛尋斗屋半江濱 (신심두옥반강빈) 門塗여와元年紙 (문도여와원년지) 房掃天皇甲子塵 (방소천황갑자진) 새까만 그릇들은 우나라 때 구운 건가 새빨간 보리밥은 한나라 때 곡식인가 떠날 때 주인에게 고맙다 말했지만 간밤 일 생각하면 암만해도 입맛 쓰네. 光黑器血虞陶出 (광흑기혈우기출) 色紅麥飯漢倉陳 (색홍맥반한창진) 平明謝主登前送 (평명사주등전송) 苦思經宵口味辛 (고사경소구미신)
그러기를 6개월이 지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나 마음은 금강산이라.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간밤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산천초목이 모두 눈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닌가! 쓸쓸한 김삿갓은 눈 속을 혼자 거닐며 시 한 수를 지었다.
산과 나무 모두가 상복을 입었구나 햇님이 소식 듣고 내일에 문상을 오면 집집마다 처마가 눈물을 흘리리라. 天皇崩乎人皇崩 (천황붕호인황붕) 萬樹靑山皆被服 (만수청성개피복) 明日若使陽來弔 (명일약사양래조) 家家첨前淚滴滴 (가가첨전루적적)
푸른 산 흰 돌 사이 간간이 꽃이로다 그림쟁이 불러다가 이 경치 그려 본들 숲속의 새소리야 무슨 수로 그릴꼬. 一步二步三步立 (일보이보삼보립) 山靑石白問問花 (산청석백문문화) 若使畵工摸此景 (약사화공모차경) 其於林下鳥聲何 (기어림하조성하)
아아, 금강산은 산과 물만이 좋아서 명산이 아니라, 염불소리와 목탁 소리와 물소리와 바람 소리도 함께 어울리는 교향악의 전당이기도 하구나! 예로부터 금강산에는 절이 많기로 유명하였다 한다. 그림 같은 선경 속을 정신없이 걸어가다 문득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산봉우리 위에 하얀 반달이 걸려 있었다. 걸음을 걸어가니 달은 사람을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이태백의 시가 연상되었다.
내 이제 술잔 들고 물어 보노라 사람이 달에는 오를 수 없으나 달은 저절로 사람을 따라오네. 靑天有月來幾時 (청천유월래기시) 我今停盃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불가득) 明行却興人相隨 (명행각흥인상수)
개성루 위에서는 금강 1만 2천 봉 중에서 47개의 산봉우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색 이었다. 김삿갓은 개성루에 올라서서 사방을 두루 살펴보았다. 과연 남쪽으로 보이는 것은 능허봉(凌虛峰)과 영랑봉(永郞峰) 등이요, 동쪽으로 보이는 것은 일출봉(日出峰)과 월출봉(月出峰) 등이요, 북쪽으로 보이는 것은 백옥봉(白玉峰)과 옥선봉(玉仙峰) 등등이어서 그야말로 장관 그것 이였다. 처음에는 높다란 산봉우리 몇 개만 인 줄 알았는데, 유심히 살펴보니 높은 봉우리들 사이사이로 낮은 산봉우리들이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나타나 보이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구름이 흘러감에 따라 산봉우리들은 자꾸만 생겨났다 , 없어졌다 하므로, 김삿갓은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한 수 읊었다.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봉우리 삽시간에 천만 봉이 새로 생겨나 하늘 아래 모두 산봉우리 뿐이로다. 一峰二峰三四峰 (일봉이봉삼사봉) 五峰六峰七八峰 (오봉육봉칠팔봉) 須수更作千萬峰 (수수갱작천만봉) 九萬長天都是峰 (구만장천도시봉) 태산이 가려 북쪽은 하늘이 없고 눈앞은 바다여서 땅은 동쪽 끝이네 다리 아래 길은 사방으로 통해 있고 1만 2천 봉이 지팡이 끝에 매달렸네. 泰山在後天無北 (태산재후천무북) 大海當前地盡東 (대해당전지진동) 橋下東西南北路 (교하동서남북로) 杖頭一萬二千峰 (장두일만이천봉)
다락이 좋아 시인의 발길을 멈추네 용의 조화인가 폭포소리 요란한데 칼날 같은 산들이 하늘에 꽂혔구나. 綠靑碧路入雲中 (록청벽로입운중) 樓使能詩客住공 (루사능시객주공) 龍造化含飛雲瀑 (룡조화함비운폭) 劒精神削揷天峰 (검정신삭삽천봉) 날아가는 저 학들은 몇천 년 되었으며 높이 솟은 청송들은 몇백 자나 되는고 졸고 있던 이 내 심정 스님이 알 길 없어 한낮에 종을 쳐서 사람을 놀라키네. 仙禽白幾千年鶴 (선금백기천년학) 澗樹靑三百丈松 (간수청삼백장송) 僧不知吾春睡惱 (승부지오춘수뇌) 忽無心打日邊鐘 (홀무심타일변종)
해를 향해 걸어오면 그림자는 뒤에서 따라오고, 해를 등지고 걸어오면 그림자는 앞장서서 걸어간다. 그나 그뿐이랴. 달밤에 보면 그림자는 괴상한 형태로 나타나 보이기도 하고, 어두운 밤이면 어디로 숨어 버리는지 형태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림자라는 것은 언제든지 자기를 따라다니는 충실한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리하여 김삿갓은 길을 걸어가며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읊었다.
서로가 비슷해도 네가 나는 아니로다 달빛 받아 길어지면 기괴한 꼴이 되고 한낮에 뜰에 서면 난장이꼴 우습구나. 進退隨농莫汝恭 (진퇴수농막여공) 汝농酷似實非농 (여농혹사실비농) 月斜岸面驚魁狀 (월사안면경괴장) 日年庭中笑矮容 (일년정중소왜용) 베개 베고 누우면 찾아볼 길 없다가도 등잔 뒤를 돌아보면 다시 만나게 되네 짬짬이 사랑해도 너는 끝내 말이 없고 빛이 없는 곳에서는 종적조차 감추네. 枕上若尋無覓得 (침상약심무멱득) 燈前回顧忽相逢 (등전회고홀상봉) 心雖可愛終無言 (심수가애종무언) 不映光明去絶종 (불영광명거절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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