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하룻밤 유숙을 위하여 가까이 절이 있다기에 찾아 갔다. 마을도 크지 않아 민가에 가면 폐가 될 것 같아서 였다. 저녁 노을이 서산을 물들이고 있어 아직 날은 밝은데 마침 절 앞에 있는 큰 나무 아래에 주지스님과 머리에 뾰족뾰족한 관을 쓴 늙은이가 마주 앉아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이에 김삿갓이 하룻밤 유하기를 청하였더니 노승은 고개도 돌리지 아니하고 의례 과객을 쫓는 말투로 " 우리 절엔 상좌가 여럿 있으니 그들에게 말하시요" 라며 퉁명스럽게 쏘아 부치는게 아닌가? 그 노승의 말투에 유숙하기를 포기한 김삿갓은 절의 야박한 인심과 노승을 비아냥거리는 시 한 수를 그들의 뒤통수에 큰 소리로 읊어 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와 버렸다.
儒頭尖尖坐狗腎 [유두첨첨좌구신] 聲今銅鈴零銅鼎 [성금동령영동정] 目若黑楸落白粥 [목약흑추락백죽] 중의 머리는 둥글둥글, 땀 난 말 불알 같고 선비의 머리는 뾰족뾰족, 앉은 개 자지 같구나 목소리는 구리 방울 굴리는듯 우렁차건만 눈은 하이얀 죽에 빠트린 후추 알 같네. 몇 백년이 지난 오늘에도 저런 화상들이 즐비하니 김삿갓 같은 의인(義人)이여, 양심 팔아 뻔데 사고, 금권(金權) 앞에 아부하는 요즘의 철면피한(鐵面皮漢)들 앞에다가 이런 시 한 수 올려 주면 육십년 묵은 쳇증이 쑥~~~ 내려 가겠는데....
김삿갓이 날이 어두워 어느 마을에 당도했다. 여기도 역시 마을이 작아 여각도 없고 주막도 없어 보여서 제법 큼직해 뵈는 집을 찾아가 하룻밤 유할 것을 청해 봤는데, 주인은 김삿갓의 행색을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느닷없이 내 쫒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보기 드물게 야박한 인심을 가진 주인놈이라 생각하며 돌아서려는데, 늙수그레한 하인이 보이기에 주인의 성이 뭐냐고 물어 봤더니, 孔氏 란다. "옳거니, 이노무 짜슥 욕이나 한번 크게 해 줘야지" 하며 "辱孔氏家(욕공씨가)"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시 한 수를 적어서 사랑체로 휙 던지고는 휑~하니 도망나와 버렸겠다.
知是主人姓曰孔(지시주인성왈공) 黃昏逐客緣何事(황혼축객연하사) 恐失夫人脚下孔(공실부인각하공) 문 앞에서 늙은 삽살개가 공공 짖으니 주인의 성이 공가인 줄 알겠네. 황혼에 나그네를 쫓으니 무슨 까닭인가 아마도 부인의 아랫구멍을 잃을까 두려운거지. 2구의 孔자는 성씨 공, 4구의 孔자는 구멍 공으로 쓰여진 것이다. 푸 하하하........... 내 속이 다 시원해 지네.....ㅎㅎㅎ
강원도의 어느 지방을 지나다가 주막에 들른 김삿갓은 본의 아니게 옆자리에 앉은 남자들이 술에 취해 하는 말을 엿듣게 되었다. "정말 고민이야. 이놈의 마누라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으르렁대니 내가 중간에서 살 수가 있어야지." 지금까지 그들 패거리의 말을 들어 본 결과, 그 백만수라는 30대 남자는 부인을 둘이나 데리고 사는 행복한 사내였다. "이 사람아, 나는 나이 서른이 넘도록 아직 장가도 못갔는데 자네는 여자를 둘씩이나 데리고 살면서 매일 만나기만 하면 그리 호강에 겨운 소리만 지껄이는가?" "그러게 말이야. 하나가 아니고 둘인데 뭐가 불만인가? 오늘은 큰마누라, 내일은 작은마누라, 이렇게 번갈아가며 품고 잘 수 있으니 얼마나 큰 복인가!" 백만수의 친구들은 불만스럽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런소리 말게.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어 보면 아마도 그런 말은 못할걸세."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건가 우리가 해답을 줄 테니 한번 말해 보게." 김삿갓도 자뭇 그의 사연이 궁금해져 탁주 한 사발을 들이킨 다음 귀를 기울였다. 사연은 이러했다. 그는 한집에서 큰마누라와 작은마누라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두 여자의 사이가 좋지 않아 하루도 다투지 않는 날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두 여자가 눈을 뜨자마자 마당에서 서로 으르렁대다가 서로 머리채를 잡고 대판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백만수는 그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싸움을 말리려고 끼어 들었으나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래도 누군가 하나는 나무래야겠기에 작은마누라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방으로 들어가 호통을 쳤다. "나이도 어린 것이 어디 윗사람한테 대드는거야! 너 오늘 나한테 죽어봐라!" 그러나 정작 작은 마누라를 방바닥에 쓰러뜨리고 본격적으로 혼을 내려고 하는데 탐스런 젖무덤이 옷 사이로 비어져 나와 그의 욕정을 자극하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 식전부터 그는 작은마누라를 껴안게 되었는데, 한창 열이 오를 무렵 큰마누라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친 것이었다. 큰마누라는 사내의 등덜미를 낚아채면서 소리쳤다. "이런 잡것들을 봤나!" 백만수는 무안해서 아무 소리 못하고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러나 큰 마누라가 사내에게 죽일 듯이 달려 들어 씩씩거리며 다시 소리쳤다. "이 잡놈아, 그런 식으로 죽이려거든 차라리 나를 죽여라, 나를 죽여!" 김삿갓은 그말을 듣자 배꼽을 움켜잡고 웃으면서 시 한 수를 읊었다.
一妻一妾最堪憐(일처일첩최감련) 鴛鴦枕上三頭竝(원앙침상삼두병) 翡翠衾中六臂連(비취금중육비연) 開口笑時渾似品(개구소시혼사품) 飜身臥處燮成川(번신와처섭성천) 東邊未了西邊事(동변미료서변사) 更向東邊打玉拳(경향동변타옥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이월달에 아내와 소실이 견디는 꼴이 가련하다. 원앙 금침엔 머리 셋이 나란히 있고 비취 이불 속에는 여섯 팔이 나란하구나 함께 웃을 때 어우러진 입의 모습은 마치 品자와 같고 몸 뒤집어 누운 옆모습은 川자와 같구나 동쪽이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서쪽으로 돌아눕고 또 다시 동쪽을 향해 옥 같은 손목을 쓰다듬네 이렇게 말하면 나도 어쩔수 없는 늑대라고 말할려나....푸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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