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이 평양을 지나가다 감사가 감영에서 잔치를 벌인다는 소문을 들었다.방앗간을 지나가는 참새가 어찌 그냥 지나치리.김삿갓의 명성도 이미 세상에 알려 진 터이니 감사인들 문전박대는 않을 줄 짐작한 김삿갓이 감영에 들러 감사에게 인사를 드렸겠다. 평양감사도 이미 김삿갓의 능력을 아는 지라 반가이 맞아 들이며감사의 맞은 편에 자리를 권하며 합석할 것을 권했다.그러면서 옆에 있던 기생에게 명하기를 "매향아~ 너도 시를 잘 짓지 않느냐.저기 앉은 선비와 함께 시를 한 수 읊어 보겠느냐?" 한다. 그러마고 대답하자, 김삿갓에게 능(能)자를 운자로 하여 먼저 한 수 놓게 하였다.
妓生: 能歌能舞又詩能 (능가능무우시능) 金笠: 能能其中別無能 (능능기중별무능) 妓生: 月夜三更呼夫能 (월야삼경호부능) 삿갓: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기생: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삿갓: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어 뵈네. 기생: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는 더 능하 다오. 허허허.... 이쯤 되면 아무리 김삿갓이라도 그냥 갈 수는 없겠지.
어느 추운 겨울날 김삿갓이 한 마을의 서당에 찾아가 훈장을 만나서 하룻밤 재워 줄 것을 청했더니, 훈장은 못된 성질머리를 내며 김삿갓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문 밖으로 내 쫒으려는 것이 아닌가. 이에 격분한 김삿갓이 훈장에게 "여보시오, 훈장 어른,그럼 내 여기서 하룻밤 유할 마음은 거두리다마는 이왕 들어 왔으니 詩나 한 수 짓고 가면 아니되리까?" 하면서 웃목에 있는 지필묵을 빌려 줄 것을 청했다. 그것마져 거절할 수 없어 훈장은 그러라고 하면서 자기는 윗채에 가야 한다며 휭~ 하니 나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김삿갓은 지필묵을 끌어 당겨 아래와 같은 시 한 수를 써서 제목을 [辱說某書堂(욕설모서당)] 이라 붙혀 방 가운데 놓고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 서당을 나와 버렸다.
房中皆尊物(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선생내불알) 서당을 일찍부터 알고 와보니 방에 있는 것은 귀한 것들 일세. 학생은 다해야 열 명도 못 되고 선생은 찾아 와 보지도 않네. 이 시를 읽은 서당 훈장의 쌍판은 어떻게 변했을까. 어쩜 욕을 모르는 제대로 된 위인이라면 그저 그냥 그렇고 그런 시라고 봤겠지만, 훈장의 인품 됨됨이가 제대로 된 위인이 아닌 것 같으니필시 이 시를 쓴 삿갓을 잡아 쥑이려고 사람을 뒤따라 보냈을 지도...ㅎ 이렇게 접하는 김삿갓의 풍자시는 시대가 바뀐 지금에 비견해 봐도 변하지 않은 인간세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오는 구나.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초상이 났다며 시끌벅적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마을 사람에게 물어 봤더니, 사또의 아들이 죽었다며 그 사유를 이야기하는 데 내용인즉 대충 이러하더라. 사또의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허구헌날 기생집에 들러 기생들이나 끼고 진종일 술이나 퍼 마시는 것을 본 사또가 자식이 해 달래는 데로 다 해 주면서 책을 좀 읽게 하려고 불러 놓고 물어 봤더니, 얼굴이 반반한 기생 하나를 집에 들여 주면 책을 읽겠다고 해서 그 기생을 데려다 아들 놈의 방에서 기거하게 해 줬는데, 그 아들 놈이 이제는 멀리 기생방을 찾아가 눈치 봐가며 기생을 껴 안지 않아도 되므로 옆에 두고 밤이나 낮이나 끼고 즐기다 氣가 쇠하여 죽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은 김삿갓은 혀를 끌끌 차며 [情事 (정사)]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시를 한 수 지어 얘기를 해 준 이에게 주며 "죽어도 좋은 것은 어쩌리" 하면서 마을을 떴단다.
不爲不爲更爲爲 (불위불위갱위위) 해도해도 싫지 않아 다시 하고 또 하고 안하겠다 하면서도 다시 하고 또 한다. 남녀가 즐기는 운우의 정은 아무리 해도 끝도 없고, 하고 또 해도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불과 네 글자를 가지고 절묘하게 표현한 김삿갓의 시재(詩才)는 과연 달인이라 아니할 수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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